괴물 형사 마석도의 귀환, 전편을 능가하는 통쾌함
2017년 <범죄도시>가 첫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기존 범죄 액션 영화에서 느낄 수 없던 통쾌함과 생동감을 맛보았다. 그리고 5년 후, <범죄도시2>는 더 크고 강력해진 범죄에 맞서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귀환을 알리며 전편보다 진화된 액션과 서사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단순히 속편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대한민국 범죄 액션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도시2>는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까지 건너가 국제 납치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현실감과 과장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연출인데, 이번에도 그 공식을 제대로 지켰다. 특히 초반부터 몰아치는 액션과 마동석 특유의 맨손 싸움은 극장 안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일대일 격투씬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은 그 무게감과 타격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스토리 전개는 빠르고 직관적이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속에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과 사건의 잔혹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시종일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된다. 특히 마석도의 “괴물 같은 정의감”은 폭력적인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관객들 역시 ‘정의는 이겨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속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손석구의 열연, 진정한 빌런이란 이런 것
전편에서 윤계상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이번 <범죄도시2>에서 손석구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그는 장첸과는 또 다른 색깔의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아, 섬뜩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다. 손석구 특유의 내면 연기와 날 것 같은 폭력성은 관객들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안겨준다.
강해상은 단순히 악역 이상의 존재다. 영화 속에서 그는 돈을 위해 인명을 가볍게 여기는 잔혹함은 물론, 계획적이고 치밀한 면모까지 갖췄다. 손석구는 이러한 캐릭터의 다층적인 성격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차세대 빌런의 계보를 잇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다. 특히, 초점 없는 눈빛과 냉정한 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싹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며, 실제 현실에도 있을 법한 진짜 악당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손석구의 강해상은 마석도의 정의감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정의와 악의 전형적인 대결구도를 극대화하면서도, 둘의 충돌이 단순히 이분법적인 구도로 끝나지 않고, 인물 간 감정과 인간성의 충돌로 확장된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마지막 대결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마동석 유니버스의 확장, 히어로를 넘어선 형사의 서사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는 이제 단순한 형사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하나의 ‘마동석 유니버스’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영화 속 마석도는 초인적 힘을 바탕으로 맨손으로 범죄자를 제압하고, 거침없는 말투로 관객의 속을 뻥 뚫어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단순히 무력의 상징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내포된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다.
그는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으며,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할 줄 알고, 동료 형사들과의 유대도 깊다. <범죄도시2>는 이러한 마석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그를 더욱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만든다.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니라, ‘왜 싸우는가’에 대한 명확한 목적과 감정을 가진 인물로 재정의되는 것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마석도는 일종의 민중 영웅처럼 묘사된다. 그의 폭력은 철저히 범죄자를 향하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따뜻하고 의로운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구도는 관객들에게 ‘강한 정의’가 왜 필요한지를 상기시키고, 마석도의 폭력성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것은 미국 히어로 영화의 구조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결국 <범죄도시> 시리즈가 단순한 형사물 그 이상으로 자리잡게 만든다.
액션, 유머, 감정 모두 잡은 한국형 범죄 액션의 완성
<범죄도시2>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장르적 균형감이다. 이 영화는 폭력성과 잔혹함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위트와 감정을 적절히 배치한다. 특히 금천서 강력반의 형사들 간의 유쾌한 대사와 장면 전환은 영화의 무거움을 덜어주며, 관객들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감정선 역시 뛰어나다.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 범죄가 남긴 상처 등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게 그려진다. 이러한 정서적 접근은 영화가 ‘폭력으로 해결하는 영화’라는 비판을 비껴가게 하며, 이야기의 진정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액션은 단순히 때리고 맞는 수준이 아니다. 마동석의 타격감 있는 맨주먹 액션, 추격전,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 장면은 한국 액션 영화가 도달한 새로운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베트남 장면은 이국적인 풍경과 국제적인 범죄라는 테마를 통해 시리즈의 세계관 확장을 암시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긴장감을 제공한다.
시리즈의 진화, 장르의 가능성
<범죄도시2>는 전편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스케일과 진화된 캐릭터로 돌아온 영화다. 특히 마동석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렬하며, 손석구라는 새로운 빌런과의 충돌은 범죄 액션 영화가 줄 수 있는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한국형 범죄 액션 영화의 정점을 찍으며, 시리즈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단순한 속편을 넘어서,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잡고 있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제 한국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앞으로 마석도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또 어떤 악당들이 등장할지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