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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을 넘어 진짜 나를 찾아가는 동물들의 도시 이야기 주토피아

by 계란언니 2025.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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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세상, 그 너머의 이야기

디즈니의 2016년 애니메이션 <주토피아(Zootopia)>는 단순한 동물 도시의 유쾌한 이야기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와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편견’, ‘타인의 시선’, ‘사회적 고정관념’이라는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누구나 뭐든 될 수 있는 곳'이라는 표어를 가진 도시, 주토피아. 이름부터 유토피아의 아류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동물들의 사회 역시 인간 사회 못지않게 복잡하고, 섬세하고, 위선적이기까지 합니다. <주토피아>는 이런 세상의 민낯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여정을 희망적으로 그려냅니다.

주디 홉스는 작고 귀여운 토끼이지만, 경찰이 되겠다는 확고한 꿈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토끼는 약하고 순하다'는 사회의 편견을 뚫고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교통 정리라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수상한 실종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주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편견과 차별이 뒤섞인 도시 속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주토피아는 얼핏 보면 포근하고 다채로운 동물들의 도시입니다.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공존하며, 커다란 곰과 작은 들쥐가 같은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도시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불신과 편견을 정교하게 파고듭니다.

주디는 닉 와일드라는 여우와 얽히게 되며, 점점 도시의 이면을 알아가게 됩니다. 닉은 자신이 ‘믿을 수 없는 여우’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그런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춰 행동하게 된 것이죠. 주디와 닉이 처음부터 서로를 불신한 것도, 사실은 각자 사회가 강요한 인식을 자기 방어로써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가면, 육식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며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유전적인 본성 때문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종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짜 주토피아의 ‘사회 실험’이 시작됩니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시장 보글 시장이 있었습니다. 초식 동물인 그녀는 육식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삼습니다. 사람(혹은 동물)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해 타인을 배척하고, 나와 다른 존재를 혐오하게 만드는 그 메커니즘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나는 나’를 말하는 용기와 변화의 시작

주디는 닉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 안에 있던 무의식적인 편견을 마주합니다. 그녀가 기자회견에서 무심코 했던 말이 닉에게 상처를 주었고, 닉은 그녀에게 정중하게 거리를 둡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친구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식과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편견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하지만 우리는 그걸 알아차릴 수는 있다’는 희망을 제시합니다. 닉은 결국 주디와 손잡고 진실을 밝혀내는 데 동참합니다. 그리고 주디 역시 자신이 과거에 무심코 품었던 시선과 행동을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이 장면은 성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렇게 주디와 닉은 팀이 되고, 영화는 이들이 사회의 진짜 문제를 꿰뚫어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 어떤 사건보다 중요한 건, 두 인물 모두 ‘자기 인식’을 통해 변화했다는 점입니다. 주디는 더 이상 이상적인 ‘유니콘 같은 세상’을 꿈꾸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오늘 내가 바꿀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합니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여기 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익살스러운 대사 뒤에 숨어 있는, 일상 속의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을 끌어내고, 그것을 한 편의 모험처럼 보여준다는 점. 그래서 <주토피아>는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훨씬 더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아가는 이야기

<주토피아>는 디즈니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성숙한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만들어낸 수많은 선입견과 사회적 굴레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주디 홉스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닉 와일드도 결코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함께 진실을 파헤치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편견이 없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인지하고, 그다음 행동에서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자세일 겁니다.

영화 속에서 주디가 어린 시절 쓴 연설문이 등장합니다. “이 도시에는 누가 무엇이 되든,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비록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그 문장 안에는 세상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열리는 지점에는, 반드시 작은 용기가 있습니다.

<주토피아>는 끝났지만, 그 메시지는 우리 곁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 선입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서 나를 만들고,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꿔나가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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