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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지옥 같은 권력의 도시

by 계란언니 202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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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지옥 같은 권력의 도시 <아수라>는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이 출연한 2016년 한국 범죄 느와르 영화로, 부패한 권력과 그에 기생하는 경찰과 검찰의 비극적인 공생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극단적인 폭력성과 어두운 현실 묘사, 무너진 윤리성과 인간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한국 느와르의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옥 같은 도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추악한 선택들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범죄 느와르이다.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여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에너지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권력에 기생하며 점점 타락해가는 인간 군상의 생존 투쟁을 사실적이고 충격적으로 그려내며 ‘현대 한국 느와르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도시 '안남'. 겉으로는 평화로운 이 도시의 실체는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절대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무법지대다.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은 부패한 경찰로, 시장의 충견이 되어 온갖 불법적인 지시를 따르며 살아간다. 그는 돈과 권력, 그리고 병든 아내를 살리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 속에서 점점 자신을 갉아먹고 무너져간다. <아수라>는 초반부터 관객의 숨통을 조이는 폭력성과 극단적인 인간 군상의 타락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권력자와 공권력의 공생 관계, 검찰과 정치의 야합, 그리고 경찰 내부의 부패는 단순히 영화적 상상이 아닌, 현실과 그리 멀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이 영화가 불편하면서도 강하게 시선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 반영성' 때문이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차가운 시선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배신과 조작의 굴레는, 그 자체로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한도경이라는 인물은 선과 악의 경계선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경계를 무너뜨린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악을 연기하는 인간’이며, 그 과정을 통해 결국 자기 자신조차 무너뜨리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런 점에서 <아수라>는 영웅이나 악당의 전형적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인물이 타락한 상태에서 시작되어, 끝내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 채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 구조는 이 영화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서로를 파괴하는 공생 구조, 피로 물든 권력의 실체

<아수라>는 이야기의 전개 구조부터 전형적인 선악 대립 구도를 철저히 거부한다. 모든 인물이 '악'에 발을 담그고 있으며, 오로지 생존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파괴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영화의 핵심 인물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권력의 사슬에 엮여 있으며, 그 누구도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관객은 특정 인물에게 감정 이입하기보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파괴해가는지를 관조하게 된다.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은 부패한 시장 박성배의 비호를 받으며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찰이다. 그는 병든 아내의 치료비와 생계, 그리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악행에 가담하고, 때로는 직접 지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아내에 대한 연민,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타락 속에서 무너지는 자신에 대한 혐오. 정우성은 이러한 감정의 균열을 절제된 눈빛과 행동으로 표현해냈고,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커리어 사상 가장 어두운 연기’라는 평을 받았다. 한도경의 맞은편에는 시장 박성배가 있다. 황정민이 연기한 박성배는 부패한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로, 폭력과 협박, 살인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시장이라는 외형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마피아와 같은 행보를 보인다. 그의 말투는 경상도 억양을 통해 유려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공포와 위협, 그리고 비정한 결단이 숨어 있다. 박성배는 한도경을 마치 자신의 장기말처럼 움직이면서도, 필요할 땐 무자비하게 버린다. 이로써 영화는 권력자의 무정함과, 그에 복종하는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또한 검찰 측 인물로 등장하는 도창학 검사(곽도원)는 정의로운 법 집행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박성배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또 다른 권력자다. 그는 한도경을 압박하고 협박하여 정보를 빼내며, 그 역시 또 다른 폭력의 집행자임을 자처한다. 곽도원 특유의 강압적인 연기와 냉정한 어조는 이 인물의 잔혹함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전개는 단선적이지 않다. 배신이 배신을 낳고, 모든 인물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며, 신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이자 동료인 문선모(주지훈)마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도경을 배신하고, 결국 그 배신은 또 다른 복수와 죽음으로 이어진다. 문선모 캐릭터는 처음에는 유쾌하고 인간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점차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며 가장 극단적으로 타락해가는 인물 중 하나가 된다. 감독 김성수는 이러한 인물 구조를 통해 ‘아수라장’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영상적으로 풀어낸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갈등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등장인물은 줄줄이 죽음에 이른다. 폭력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그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된다. 촬영 기법 또한 극단적이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불안정한 움직임, 빠르게 교차되는 편집, 강렬한 조명과 색채는 모두 혼돈과 긴장을 유발한다. 음악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감정을 자극하기보다는 분위기를 압도하는 음향 효과와 리듬은 시종일관 관객에게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을 심어준다. 이는 단지 시청각적인 불편함이 아니라, 인간성의 파괴와 윤리의 붕괴라는 주제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이렇게 <아수라>는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층 더 날선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완성된다.

윤리도, 희망도, 구원도 사라진 아수라의 세계

<아수라>는 관객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악을 무찌르고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누가 더 천천히, 더 고통스럽게 파멸하는가’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한 사회의 도덕성과 법의 의미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한도경은 결국 자신이 지켜야 했던 모든 것을 잃는다. 아내는 죽고, 동료는 배신하며, 자신도 상처투성이가 되어 살아남지만, 결코 구원받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 이 결말은 단순히 비극으로서의 여운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의 부패, 인간성의 파괴, 정의의 실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경고로 다가온다. 감독 김성수는 이 영화를 통해 ‘악인의 몰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악을 강요당하는 인간의 비극’을 그려냈다. 그 누구도 순수한 선이 아니며, 모두가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믿는 행동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다다르게 된다. 이 지점이야말로 <아수라>가 단순한 느와르나 범죄 스릴러를 넘어, 사회적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영화는 엔딩까지 끊임없이 폭력적이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의미 없는 자극이 아니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과연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질문받게 되며, 권력과 윤리, 생존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아수라>는 단지 어두운 범죄 영화가 아니라, 도덕의 해체와 인간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충격적 드라마이다.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무거운 감정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여운은 단지 영화적 체험을 넘어, 사회적 구조와 인간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을 자격이 있다. 단순히 흥행이나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 아니라, 이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묻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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