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결혼식과 달콤한 허니문: 로맨스인가 파워게임인가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전작의 서스펜스와 관능을 딛고,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의 결혼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화려한 결혼식 장면, 유럽 허니문, 프라이빗 제트기, 고급 호텔 등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장면들은 ‘로맨틱한 결합’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권력과 통제의 본질을 여전히 내비칩니다. 아나는 결혼한 여성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크리스찬의 과보호적 성향은 여전히 강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아나의 출근길을 보디가드로 둘러싸 보호하며, 그녀의 원고 직함을 바꾸려 하기도 합니다. 이 과잉 보호는 종종 사랑인지 집착인지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서 드러나며, 두 사람의 신혼이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균열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로맨스 스펙터클에 그치지 않고, 결혼 내부의 권한과 정체성에 대한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위협의 그림자: 스릴러와 결혼 드라마의 충돌
이야기는 허니문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스릴러로 전환됩니다. 전작에서 등장했던 아나의 전 직장 상사이자 스토커인 잭 하이드(에릭 존슨)가 등장해 이들 부부를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hellogiggles.com+2screenrant.com+2glamour.com+2. 하이드는 크리스찬의 회사에 방화까지 저지르고 아나를 납치한 뒤 몸값을 요구합니다. 이 사건들은 단순히 장르 전환이 아닌 사랑 아래 숨은 위험과 통제를 시각적으로 부풀리는 역할을 합니다.
하이드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건 황당하지만, 적어도 긴장감을 환기시키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크리스찬이 아나를 지키기 위해 무장팀, 심지어 총까지 동원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남성적 영웅 서사’가 여전히 과장되어 있음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감독 제임스 폴리(‘그레이의 그림자’ 후편 연출)는 스릴러 요소를 활용해 부부의 신뢰도 시험대 위에 올려 둡니다. 즉, 위기의 순간에도 아나는 크리스찬의 방식이 과연 정당한지, 자신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교차의 순간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단순 멜로가 아닌 결혼과 권력의 게임’으로 진화하게 된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권력과 자아: 오브젝트가 된 아나, 또는 파트너로서의 재정의
전작들에서도 강조되었던 크리스찬의 지배적 성향은 이번에도 핵심 축입니다. 그는 아나의 직업, 옷차림, 행동 하나까지 관여하는 모습으로 강한 통제 욕망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아나는 출근할 때 보디가드의 동행을 거부하고 싶지만 크리스찬은 이를 비즈니스의 연장처럼 당연시합니다 .
이 과정 속에서 아나는 단순한 ‘소유물’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주장을 찾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임신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이름을 고집하며, 스스로의 일상을 정의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과거 시리즈와 달라진 정서적 성숙의 상징입니다.
뉴요커 평론가는 “이 영화는 부부생활 속 정체성과 권력의 제약을 다룬다”고 평했고 , 반면 Atlantic은 “멍청하고 퇴행적이며 더욱 어리석다”고 비판했습니다 screenrant.com+3theatlantic.com+3rottentomatoes.com+3. 결국 이 작품은 아나가 어느 순간 오브젝트에서 파트너로 전환할 수 있느냐를 관객에게 질문하며, 3부작 클라이맥스를 통해 그녀의 ‘주체성’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완벽한 환상? 현실에 균열이 생기다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들은 여전히 초호화 라이프 스타일을 선물하지만, 그 아래 숨은 균열은 시리즈 초반보다 강하게 드러납니다.
초호화 리조트, 프라이빗 비행기, 미술품과 고급 자택 등 팬티어링적 요소는 여전하지만, 아나와 크리스찬의 관계는 더 이상 ‘환상의 도피처’가 아니라 현실 속 책임과 위험, 정체성의 전쟁터가 됩니다.
평단의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Vanity Fair는 “황당하지만 앙증맞은 결말”이라며 엔터테인먼트로서 브랜드의 역할을 강조했으나 , Atlantic은 “여전히 멍청하고 퇴행적”이라 평했습니다 .
그럼에도 관객 평점은 B+(CinemaScore)로 괜찮았고 screenrant.com+2en.wikipedia.org+2screenrant.com+2, 여성 관객 중심 인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 시리즈가 사실성보다는 판타지, 현실보다는 욕망을 향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위기를 겪고도 함께 서 있지만, 그들의 미래가 언제나처럼 완벽하지는 않음을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임신, 직장, 아내와 남편으로서의 정체성, 위협의 그림자가 뒤엉킨 모습은 ‘자유’와 ‘해방’이라는 제목(해방)이 주는 기대와 대조됩니다.
해방은 포장지였을까? 욕망과 권력의 굴레 속에서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적어도 시리즈 3부작의 장식용 엔터테인먼트로서는 충실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시각, 각종 판타지 요소, 감각적인 음악, 관능적인 분위기는 확실한 시청 포인트입니다. 동시에, 권력-통제-정체성에 대한 주제에 좀 더 깊게 접근하려는 시도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평단의 평가처럼 여전히 “멍청하고 퇴행적일 정도로” 얕고, 스릴러 장치도 억지스러웠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남녀 관계의 균형이 동의와 주체성 쪽으로 조금 이동했지만, 여전히 크리스찬이 결정하고 아나가 수용하는 구도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랑인가, 파워게임인가’ 사이에서 '해방'이란 단어의 허구성을 은근히 드러냅니다. 아나는 해방되었는가, 아니면 새로운 굴레 안에 스스로 갇힌 것일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이 영화가 남긴 가장 긴 여운입니다.